가끔,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숙고해 보곤 한다.

사실 역사에 대한 질문은 장엄하고 드라마틱 하다. 동시에 수백.수천개의 의문부호를 연상케하는 질문의 연속성의 나열이 또한 역사에 대한 질문이다.

역사에서 진실은 있는가? 힘있는자, 경쟁에서 승리한 자의 기록이 역사라면 과연 공정한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훗날 이라크를 침략한 부시를, 독재자를 응징한 영웅으로 혹은 석유에 대한 욕심으로 객기를 부린 멍청한 넘으로 평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국제질서는 철저히 힘의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그렇다면 역사도 그러한가?

김부식이라는 사람이 있다. 고려 인종때 문신인데, 서경을 거점으로 하는 묘청의 구테타을 진압한 공로로 공신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지만 그 아들이 지나치게 오만방자하여 무신을 개처럼 대해 결국 무신정변의 원인을 제공한 가문이기도 하다.

김부식은 왕실의 명령으로 삼국사기를 편찬했다. 많은 사람들이 김부식을 사대주의의 오리지날로 비판하고 삼국사기를 조선의 역사를 한반도에 묶어둔 한심한 책으로 폄하하는 경향이 다소 있다.

실재로 삼국사기는 지나친 신라중심적 사관으로 일관하여 주변 다른 나라 특히 백제의 역사를 지나치게 격하하는 면이 있다. 이는 이미 고구려와 백제의 대륙영토를 점유하고 있는 금나라의 외교적 눈치를 본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통상 삼국사기를 사대주의 책으로 말하는 전제조건은 금나라는 중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깊게 하여 금나라를 분단된 또 하나의 조국이라고 한다면 김부식은 사대주의자가 아니라 분단주의자가 되는 셈이다.

고려 태조는 본시 북방의 민족들을 모두다 융합하여 고려라는 제국을 건설했다. 즉 금나라를 세운 여진족 역시 고려의 지방관민이었던 것이다. 금나라는 여진족이 흥기해서 새로 생긴 신흥제국이 아니라, 고려가 분단된 것으로 본다.

묘청이 서경으로 도읍을 옮겨 북방을 개척하자는 것은 금나라를 토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통일전쟁을 하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묘청을 제거한 김부식은 반통일 세력인 셈이고 그런 자가 서술한 삼국사기는 사대주의 책이라기 보다는 분단주의 책이라고 봐야 옳지 않은가?

그가 궂이 이미 망한 신라 사관을 고집한 것도 분단주의 사관으로 보면 이해가 된다.

어째거나 전쟁의 포화를 피해 백성들에게 평화를 준 것을 보면 김부식의 판단이 옳은 듯 하지만 뒤이어 몽골에 의해 전국이 잿더미가 된 것을 생각하면 그는 역사의 죄인이 되는 셈이다. 만일 고려와 금이 통일했으면 몽고의 발흥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니 …

오늘날에도 이런 경우가 너무나 많다. 통일하면 비용이 몇백조, 경제적 재앙, 사회적 혼란을 운운하며 그냥 이대로~ 를 외치는 자들이 너무도 많다. 물론 그들의 말대로 통일 비용이 있는 것 사실이다, 그러나 분단비용은 없는가?

추후 우리가 통일에 실패해서 중국이나 일본에 초토화 된다면 그땐 또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문제는 그렇듯이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판단하는 사관이다. 조선을 침략한 청나라도 크게 보면 내전으로 볼 수 있고 수.당과 고구려의 질긴 전쟁도 천하 패권을 두고 벌이는 내전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선비족은 이미 고구려 초기에 고구려에 복속되 신민이 된 백성들이기 때문이다.

신라와 백제는 전쟁을 밥먹듯이 했지만, 외국과의 전쟁이 아닌 일종의 내전으로 본다. 즉 어떤 일이 발생했느냐, 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 가 관건인 셈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이나 일본이 만들어준 안경을 끼고 우리 모습을 보았다, 이제라도 우리가 만든 안경을 끼고 자신의 모습을 봐야 하지 않을까?

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