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1838-1900)는,
정역의 창시자 김일부선생과 함께 우리 역과 음양과 오행의 수준을 한 단계 이상 올려놓은 분들입니다. 정역이 동학사상의 기초가 되었다면 사상의학은 사상 최초의 심성론적 예방의학이론이라는 점에서 커다란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 사상의학에는 동무 이제마의 삶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이제마의 삶을 살펴보는 건 의미가 있을 겁니다. 동무는 1837년 (헌종3년 丁酉년) 음력 3월19일 午시 함흥군(지금 함주군) 천서면에서 태어났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선조 8년 붕당정치가 시작된 이래 340년 동안 계속된 당쟁은 문란한 정치로 귀결되었습니다.
조선은 결국 세도정치가들을 탄생시켰습니다.
민중은 홍경래의 난 이래 계속 저항하였으나 삶은 더욱 피폐해져가고 있었죠. 동무는 그런 시기가 말기적증상을 보이던 시절에 태어났습니다. 이성계는 함경도 영흥에서 태어났지만, 조선은 그 쪽 지방의 기질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500년 내내 함경도 사람들을 중용치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동무의 가문에는 벼슬에 오른 자가 드물었으나 다만 문무양과에 급제한 아버지는 20대에 진사가 되었으니 그나마 북도의 명문이었죠. 동무는 이성계의 고조부 슬하 2남 안원대군의 20대 손입니다. 조부는 忠源이고, 아버지는 樊五로 동무가 집안의 장남이죠.
어릴 적 이름은 濟馬, 아호는 東武로 탄생에는 흔치 않은 사연이 있습니다.
탄생은 먼저 그의 아버지 이진사로부터 시작됩니다. 어느 날 이진사가 그 지방 향교에 일을 보러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길가에서 우연히 친구들과 만나게 되었답니다. 오랜 만에 만난 친구들인지라 술자리를 함께 하게 되었지요.
술자리를 벌린 주막이 문제였습니다.
그 주막 늙은 주모에게는 과년한 딸 하나가 있었지요. 딸은 인물이 못난 박색일 뿐만 아니라 사람됨이 변변치 않았습니다. 늙은 주모는 시집보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늘 걱정을 하던 중이었죠. 주량이 약한 이진사는 그 날 따라 많은 술을 마셨습니다.
친구들의 권유를 뿌리치지 못하였기 때문이죠.
이진사는 취한 상태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친구들은 술이 깨기를 기다렸지만 인사불성이 된 이진사, 깨어나질 못했습니다. 날이 저물고 친구들은 주모에게 부탁의 말을 남긴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때 늙은 주모는 생각했습니다.
기왕지사 시집을 보내지도 못할 딸, 처녀나 면하게 해주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딸을 이진사가 잠든 방에 밀어 넣었습니다. 비몽사몽지간이었지만 이진사는 그 딸과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은 열 달 뒤, 어느 날 새벽이었습니다.
이제마의 할아버지 충원공이 밤새 꿈을 꾸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아주 탐스러운 망아지 한 마리를 끌고 와서는
"이 망아지는 제주도에서 가져온 용마인데,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여기 귀댁으로 끌고 왔으니 맡아서 잘 길러 주십시오."
라고 하더니 망아지를 기둥에 매어 놓고 가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가까이 보니 그 망아지 정말 탐스럽고 사랑스러웠던지라 충원공은 등을 어루만지며 기뻐했습니다. 이어 잠을 깨니 남가일몽이라, 하도 신기한 꿈이라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바깥으로 나왔는데, 마침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어 하인을 내보내니 곧 한 여인이 아기를 안고 따라왔습니다.
"이진사님의 아기를 데려왔으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무릎을 꿇고 애처럽게 우는 여인네를 보던 충원은 급히 아들을 불렀습니다.
연유를 묻는 충원공에게 이진사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비록 취중이었다고 하지만 여인과 잠자리를 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니 묵묵부답 서있기만 하였지요. 사태를 알아차린 충원공은 아침나절까지 꾸던 꿈이 생각났습니다.
길조라고 여긴 충원공은 말없이 아기를 안아 올렸지요.
여인과 아기를 함께 받아들이고는, 충원공은 꿈에 제주도에서 얻은 말이라는 뜻으로 濟馬라고 했죠. 이후 충원공은 늘 꿈을 생각하고 제마는 장차 큰 인물이 될 거라는 기대가 컸으므로 특별히 사랑했으며 비록 서자라고 해도 차별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진사에게는 아들이 없었습니다.
이에 충원공은 제마를 적자로 입적하면서 가족들에게도 절대 차별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한낮 주모 딸의 자식으로 태어난 제마를 용납할 수 없는 시대적상황은 늘 동무의 몸과 마음을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제마는 잘 자랐습니다.
타고난 성품이 쾌활하고 용감했던 이제마.
그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자랐으며 충원공의 사랑 또한 지극했으므로 순탄한 유년기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제마는 7살 때부터 글을 배웠는데, 워낙 총명하고 영리한지라 일취월장하였으나, 원래부터 문보다 무를 좋아했다고 합니다.
제마는 주로 칼이나 활을 가지고 노는 일에 열중했었다고 합니다.
또한 유난히 정의감이 강하여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빠진 이 때를 묵과할 수 없어 스스로 분골쇄신하며, 권력욕에 빠진 탐관오리들을 모조리 추방해야 한다며 반상의 구별없이 누구나 병역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외쳤답니다.
즉 정치를 바로 잡고 국방을 튼튼히 해야한다는 거였죠.
제마는 성장하여 武 말고도 文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그가 관직에 나아가게 된 계기는 김기양(金箕陽)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기양의 천거를 받는 한편 별시무과에 급제한 동무는 후일 50세 때 진해현감 겸 병마절도사로 임명되기도 했죠.
썩은 벼슬아치들은 제마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외면하거나 무시하면서 갖은 모략과 중상을 다했지요. 그 때문에 제마는 관리로써 그리 순탄하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 오랜 신병을 앓던 제마는 의학공부에 매달렸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병을 고쳐주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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