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지겹게 외로운 존재인가 봅니다.    얼마나 외로우면, 항상 만트라 처럼 지껄이는 단어가 ....사랑, 사랑, 사랑……입니다.    그러나, 정작  타자를 사랑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난 존재가 바로 인간이 아닙니까?    자기의식을 지닌 개체이자, 분리된 단독자가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이 그렇게 처절하게 외롭지 않았다면,   젊은 청년이었던 예수와 싯다르타가 왜 모든 것을 버리고, 광야을 헤메고 보리수 나무아래서 고행을 하였겠습니까?    

그들이 생명을 걸고 추구한 진리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은, 아니, 의식이 있는 인간이란   존재가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 만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러한 인간의 외로움을   "개체의 슬픔"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제가 말하는 슬픔은 인간의 실존조건에서 연원하는 본원적인 슬픔을 의미합니다.     죽음을 인식하는 인간에게  삶은 죽어가는  과정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개체는 변화합니다.     다만, 인간이란 개체만은 자기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의식을 지닌 특이한 존재라는데서 인간의 비극은 시작이 됩니다.

인간이 의식을 획득하고 최초로 발견한 것은 바로 자기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낯설기만 한 광막한 우주에 홀로 던져져 있는 자기자신의 모습은 참으로 낯 선 모습이었을 것 입니다.     구약 창조신화의  태초인은 자신의 모습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무화과로 자신의 사타구니를 감추었지만,  아마, 그가  느낀 최초의 느낌은 아마 두려움과 외로움이었을 것 입니다.

의식을 획득한 순간, 인간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수많은 현상이 벌어지겠지만, 그중 가장 끔직한 일은 , 인간에게 시간이라는 요물이 흐르기 시작한다는 현상일 것 입니다.      시간은 인간이 이 세계의 변화를 인식하는 형식 입니다.        순간 순간  변화해 나가는 이 우주의 생성과정을 인간은 시간의 흐름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인식”하는 것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간은 의식속에서 탄생하는 그 무엇 입니다.  

시간이 끔직한 것은 “시간성”이라는 개념에서 시작과 끝 , 그리고 죽음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의식을 획득하기 전, 즉, 이 세계와 우리가 아직 분화되지 않았던 유아기 시절에는, 인간에게 시간의 흐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인식할 주체인 자기의식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만 순수존재의 영역에서 시간성에서 한발짝 비켜나  존재했을 뿐 입니다.     저는 그러한 유아기의 세계를  초의식의 영역,  순수존재의 영역  혹은  탈시간적 영역이라는  말로 부르고 싶습니다.   

그 세계는 자기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무아의 세계입니다.    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존재하지 않고, 나와 이 세계의 분별이 무너진  세계, 그리고,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그 세계는  순간속에 영원이 녹아있는 그러한 세계일 것 입니다.   어린 아이들의 순연한 눈망울을 바라보면, 그 세계가  의식을 지닌 인간의 세계처럼 고통스러운 세계는 아니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세계는,  이미 의식을 획득한 우리들에게는 다시는 도달할 수  없는 신비의 세계일 뿐 입니다.  

의식의 아들이 시간이라면,  이 시간이라는 놈이  낳은 자식이 바로 죽음이라는 놈 입니다 .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기 시작한 순간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인지하며,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 입니다.       시간이 인간의 의식이 만들어낸 가상이라면, 죽음은 시간이라는 가상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신기루일런지도 모릅니다.      죽음인 자기자신의 변화에 대한 개체적 파악방식인데, 이러한  죽음에는 사실상 신기루와 같은 측면이 있습니다.       죽음을 경험해본 인간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식이 있는동안 인간은 살 수 있을 뿐이고, 죽은 순간에는 이미 자신의 죽음을 인식할 수 있는 자기의식이 이미 소멸되 버리기 때문입니다.           

모든 인간이 죽는데, 왜 우리는 정작 죽음을 경험할 수 없을까요?   그 이유는 , 시간과 마찬가지로, 죽음은 인간의 의식이라는 “실재와 분리된 영역” 안에서만 존재하는 “의식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항상 타자의 죽음을 통하여 살아있는 자에게만 인식되어 질 수 있는 제삼자적 경험, 즉, 하나의 추상일  수 밖에 없는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