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文學批評)의 이해
1. 비평1)의 개념(concept)
(1) 비평(批評)의 어의
비평(criticism)이라는 말은 라틴어의 ‘criticus’와 희랍어의 ‘krinein’에서 온 말이다. 이 두 고어의 의미를 염두에 두고 생각해 본다면, 문학비평이란 인간의 노작인 일련의 문학작품에 대하여 좋은 점, 잘못된 점, 작품의 가치, 작품의 방법, 작품의 본질 등을 판단하고 해석하는 넓은 의미에서의 독서행위라고 할 수 있다. 또 그 어원을 위기(crisis), 또는 고비(climax)라고 해석하여 어떤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이에 대한 해결방법을 제시하는 행위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문학작품을 비평이라는 장치를 통하여 소극적으로는 이해하고, 적극적으로는 해석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비평은 반드시 전문가의 영역만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행위의 결과물들은 모든 사람으로부터 관심을 받을수 있고, 그 결과 그것에 대한 태도의 표명은 누구나 할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행위로 인해 만들어진 그 어떤 것에 대해 어떤 입장과 태도를 가지는 것, 그것은 모두 일련의 비평적 행위이다.
하우프는 비평이란 단순한 독서행위를 포함한, 그러나 좀 더 전문적인 독서행위이기를 희망했다. 발레리는 좀 더 나아가 비평이란 작품을 “재구성”하면서 자기가 바라보는 것에 의해서 어떤 판단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에게 있어 비평이란 곧 판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판단만이 비평의 전부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가 비평적 행위를 판단에 천착한 것은, 그 또한 근대 비평의 한계, 즉 실증주의, 합리주의 등에 의해 추동된 객관적 비평에 치중하였기 때문이다.
비평은 가치 평가만이 아니고 작품의 이해와 감상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포우는 완전한 비평가란 모든 작품을 그 작가가 쓴 것과 같은 정신으로 읽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비평은 올바른 작품의 이해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임스도 비평하는 것은 감상하는 것, 이해하는 것, 지적 재산을 얻는 것, 비평 대상과 비평과의 좋은 관계를 세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엘리어트는 문학비평의 기본적인 기능은 문학의 이해와 향수2)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평은 작품의 이해는 물론이고 그 작품의 표현에 따르는 요소를 분석하고, 작품 자체의 조건에 의하여 연구하고 평가하려는 리차즈나 웰렉 등 형식주의 입장도 있다.
한편 루카치 등 사회주의 리얼리즘에서는 문학은 어느 역사적 특징 속에서 전형성과 총체성을 반영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야우스 등의 수용미학에서는 '기대지평'의 재구성으로 독자에 의해 작품 속의 의미가 올바르게 수용되었을 때 그 작품은 비로소 생명체를 갖는다고 하였다. 한편 토도로프 등 구조주의에서는 작품을 구조 분석에 의해 평가하려고 한다. 결국 비평은 작품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감상할 뿐만 아니라 분석하고 대조하여 작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창조적 작업을 말한다.
이러한 일련의 다양한 비평이론에 대한 정형화 시도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문학 그 자체안에 존재하는 장르에 따른 비평가의 관점에 따라서 또 달라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시는 인생의 비평이다"라고 한 아놀드의 입장은 시라는 문학 장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의 기능중 한 부분을 지나치게 확대시켜논 경향이 짙다. "중요한 일은 어디까지나 무엇을 쓰느냐이며 어떻게 쓰느냐는 다음의 문제다"라고 한 싸르트르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실제 존재방식에 지나치게 경도되어있다.
(2) 이해와 해석
이해란 작품이 진술한 일차적 의미를 안다는 말이다. 그러나 해석은 한 편의 완결된 글의 의미를 분명히 밝혀내고 그것을 다시 정확하게 알리는 것을 말한다. 에이브럼스는 문학작품을 해석한다는 것은 분석과 페러프레이즈3), 즉 뜻풀이와 주석에 의하여 언어의 의미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넒은 의미에서 해석은 언어를 매체로 하는 문학작품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해석 속에는 작품의 장르, 요소, 구조, 테마 및효과와 같은 양상들에 대한 해명이 포함되어 있다. 해석은 의사소통 상의 오해와 같은 난점들을 극복하고 글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내고 이를 다시 독자들에게 알려주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품의 '의미'는 단일한 것이지만, 작품이 독자에 대하여 가지는 '의의'는 다양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에 대한 주관성을 배제하는 일이 중요한 문제이다. 이 점에 대하여 허쉬는 주관성의 문제 해결의 대안으로 의미(meaning)와 의의(significance)의 구별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허쉬는 다시 이해는 알아듣기이고, 해석은 알아들은 내용의 효과적인 전달이라고 정의함으로 이해와 해석을 구분하였다. 이러한 논의를 통하여 볼 때 해석은 작품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며 작품을 인식하고 이해하려는 기본적인 행위이다.
(3) 미적인 감상
감상은 작품을 통하여 취미를 확장하고 교양을 넒히며 자기를 투영하여 재창조하는 것을 말한다. 작품에 숨어있는 작품관, 작품세계, 작품정신을 받아들여서 공감하고, 그 순간을 즐기는 일을 감상이라고 할 수 있다.
비평을 예술작품의 의식적인 평가와 감상이라고 할 때 감상은 넓은 의미에서 비평이 되지만 그보다는 작가가 상상을 통하여 체험한 창조적인 세계를 독자의 입장에서 다시 체험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감상의 행위만이 전부라는 생각에서 작가가 형상화한 체험에 대한 공명이나 공감의 과정을 넘어 작품에서 받은 인상이나 작품을 통하여 다시 발견하게 된 자신의 세계를 유일한 비평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인상비평이나 감상비평이 주류를 이루던 시대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평은 지나친 주관에 치우쳐 작품의 가치가 올바르게 이해되고 감상되지 못할 염려가 있다. 물론 작품의 향수에 비평의 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비평이 감상에서 그 활동을 멈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비평이 작품의 감상이나 향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평가에 그 궁극적인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4) 작품의 가치와 평가
비평은 평가작용이며, 평가란 어떠한 판단기준에 의하여 작품의 예술성을 판단하는 활동을 말한다. 그것은 비평이란 미적 가치의식에 의한 판단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에 있어 비평이란 작품의 가치 발견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가치란 무엇인가 하는 가치론의 문제와 그러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평가 기준에 관한 문제이다. 여기서 우리는 감상되어진 성질을 자기의 취미에 따라 판단하려는 인상비평과 이를 객관적인 판단 기준에 따라 평가하려는 재단비평의 두 형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 두 가지 비평을 각각 극단화시킬 때 그것은 독단적인 이론으로만 남게 된다. 순전한 이론, 원칙, 학설, 교리는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에 대하여 언제나 열려져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순전한 주관은 많은 인간적 경험을 토대로 하여 설정된 이론 원칙에 입각하여 반성하여야 한다. 따라서 평가의 기준이나 방법은 계속 발전되고 변화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2. 비평의 형태
가. 비평의 대상에 따라
(1) 원론비평
원론비평(theoretical criticism)은 문학의 본질,목적, 기능, 방법 등의 원론적 비평이며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각 장르적인 연구도 그것이다. 어떤 보편적 원칙에 의거하여 문학에 대한 논의의 체계와 방법과 그것들을 설명할 일정한 용어들을 수립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문학의 본질, 기능, 가치평가의 기준이 이론비평의 핵심적 문제들이다. 그 밖의 문제들은 모두 그 문제에서 파생되는 것들이다.
이론비평에 있어서 구체적인 작가나 작품은 이론을 전개시키기 위한 일차적 자료가 되고 또한 이론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의 재료가 되지만 관심의 주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원론적 비평은 비평관을 확립하는데 있는 것이며 작품비평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있다. 또한 비평의 이론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니 정연한 이론의 전개에 따르는 이론의 확립이요, 문학을 옹호하는 변론이다.
(2) 실제비평
실제비평(practical criticism)은 작품 또는 작가의 비평으로 작품을 향수하고 이해하며 작가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으로 비평의 본령이며. 이것은 원리적인 연구에 의해서 확립된 비평관에 의하여 작품의 평가를 해야 하는 비평의 가장 주된 활동이다. 실제비평의 주안점은 비평가가 실제 작품 또는 작가에 대하여 어떤 이해와 평가를 보이느냐 하는 것이다.
이론비평과 실제비평은 相補的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론적 체계가 명확하다고 해서 구체적 작품과 작가에 대한 명확한 논의를 전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실제비평가가 언제나 자기의 문학관을 이론적인 체계의 틀에 맞추어 논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실제비평의 본격적인 활동은 근대 이후라 할 것이다.
물론 그 전에도 롱기누스가 처음으로 시의 쾌락론을 내놓았다는 <숭엄론>이 있다. 그러나 에디슨이 밀톤의 <실락원>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원칙에 의하여 비평한 데서 본격적인 작품에 대한 비평이 시작되었다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김동인의 <춘원연구>에서부터 거의 대부분의 비평이 이 실제비평의 영역에 속한다. 또한 작가론도 이와 같은 類에 속한다.
(3) 비평에 대한 비평
'비평에 대한 비평'은 비평에 대한 평가다. 이는 원리적 비평에 대한 타당성 여부를 규명하며 작품, 작가에 대한 비평의 공명(共鳴) 내지는 정당성을 밝히는 것이다. 허드슨의 말과 같이 어느 비평가의 비평과 같은 과제, 같은 작품, 동일한 시대 또는 같은 종류 등을 다른 비평과 비교 검토하면 보다 올바른 비평에 이를 수 있다. 또는 비평방법, 양식표준 등의 비교연구뿐만 아니라 참다운 이해 평가를 위해서도 이 비평은 필요한 것이다. 비평에 대한 비평은 근대 이후에 비평에 대한 관심의 성장에 의해서 대두된다. 쌩뜨 뵈브, 떼느, 브론띠에르 등의 객관적 비평에 대한 프랑스, 아놀드 등의 주관적 비평이 그것이다.
이 비평에 대한 비평은 <비평사>를 낳게 한다. 원리적인 비평이나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비평은 그 자체로써 존재하며, 또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지만, 이것을 재평가하고 때로는 체계화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 비평문학의 재검토는 한편에서는 새로운 비평의 이론적인 기반을 확실히 하는 것이다.
나. 비평의 기술방식에 따라
(1) 입법비평 : 교조적 비평
비평가가 '媒介者'나 '中間讀者'의 입장에서 작품을 분석하고 해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워진 비평기준을 적용하여 작품을 평가하고 작가에게 명령하는 비평 형태이다. 고전비평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기준으로 하거나 종족, 시대, 환경의 세 가지를 기준으로 내세운 떼느, 계급투쟁의 주체를 기준으로 내세우는 마르크스주의 비평도 이에 속한다.
(2) 심미비평
심미비평은 어떤 기준에 따라 작품을 비평하는 것이 아니고 비평가의 취미에 따라 미적 감각의 충족 여부를 말하는 비평의 유형이다. 이러한 비평은 도덕적인 가치나 입법적 비평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작품에서 받는 인상이나 쾌락만을 문제삼는다. 왓슨에 의하면 시드니가 쓴 <시의 변호>에서 심미 비평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 심미비평은 '시는 인생의 비평이다'라고 말한 아놀드의 인상비평, <문예부흥>을 쓴 페이터의 쾌락비평 등이 이러한 비평 유형이다.
(3) 분석비평
분석비평을 기술비평이라고도 하는데 현대 비평의 대표적 양식이다. 분석비평은 작품의 조건이외의 어떠한 기준이 문학평가나 해석 위에 작용하는 것을 배제하고 우선 작품의 조건 곧 언어적 조건에 따라 작품을 이해하고 평가하려는 비평태도이다. 분석비평은 우선 작품을 다른 조건에 의해서가 아니고 작품 그 자체의 조건에 의해서 이해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는 내부적인 접근을 해야 하며 사회적 조건이나 가치평가의 기준에 의한 외부적인 접근에 의해서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분석비평의 본격적인 활동은 20세기에 와서부터다. 흄의 <사색록>에 의해서 근대문학은 비판한 다음 엘리어트의 비평과 리차즈의 <문예비평의 원리>, 엠프슨의 <애매성의 일곱가지 유형> 등 분석의 과학성을 보여 준 작업과 제임스의 <소설의 예술> 등 소설의 기술비평을 시도한 업적에 의해서 분석비평의 기초가 마련된다.
그러나 분석비평의 본령은 테이트 등의 신비평, 스피치의 문체론적 비평, 몰튼의 귀납적 비평 등이라 할 것이다. 분석비평은 작품자체의 조건에 의해서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문학작품에 있어서의 언어 배열, 선택, 리듬 또한 이들의 적극적인 통일에 의한 구조의 언어분석을 주로하여 작품을 해명한다.
다. 비평가의 관점에 따라
작품을 평가하고 감상하는 행위는 그 기준의 문제에 귀착된다. 연역적 관점에서의 판단기준을 보면, 객관적 기준, 주관적 기준, 상대적 기준으로 나뉜다. 여기서 객관주의 비평, 주관주의 비평, 상대주의 비평이라는 유형이 생긴다.
(1) 주관주의 비평
객관적 도그마에 대한 반동적 비평으로 근대의 휴머니즘, 개인주의, 낭만주의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 비평의 기준은 '개인의 감정의 만족'이다. 여기서 주관주의 비평의 무한한 분화성이 일어난다. 흔히 말하는 인상비평, 창조비평이 여기에 속한다. 인상적 비평은 주로 페이터, 시먼즈 등의 비평에서 볼 수 있다. 창조적 비평은 와일드, 스핑건 등의 비평이론이다.
(2) 객관주의 비평
작품이나 작가의 밖에 있는 객관적 기준을 중시하는 비평으로 각 비평가의 의견 및 판단의 일치를 요구한다. 따라서 분화성이 아니라 보편성이 요구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호라티우스의 <작시법>, 보알로의 <작시법> 등은 모두 고전적 비평의 성과이다.
이러한 성과를 기준으로 한 고전적 비평으로서 재단비평 그리고 과학적·역사적 비평, 마르크스주의 비평등은 이러한 객관주의 비평의 전형이다.
영국의 비평가 리이드는 정신분석학적 비평을 시도했는데, 그것이 바로 상대주의 비평인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입장이라면 과학적 성격을 암시하지만, 그가 내세우는 기준은 상대적이다. 리이드는 비평의 직능은 '도그마'를 설정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작품을 읽고 해명하고 판단하는 기준이 도그마이다. 도그마를 설정함으로써 비평의 혼란을 막고, 비평의 수준을 정서적 차원에서 더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도그마 자체도 비평하는 것이 비평의 직능이다. 여기서 도그마의 수정 변경이 사실 가능하다는 사실, 곧 비평기준의 상대성을 볼 수 있다.
라. 작품조건에 따라
전통적인 비평의 이론과 실제의 유형은 문학작품을 설명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서, 그것들이 기본적으로 그 작품을 외부세계 혹은 독자 또는 저자에 귀착시키는가, 아니면 작품 그 자체를 하나의 실체로 보는가에 따라서 몇 가지로 구별될 수 있다.
에이브럼즈는 이를 다음의 네 가지로 구별하였다.
(1) 모방론적 비평(mimetic criticism)
문학작품을 세계와 인간생활의 모방, 반영 혹은 재현으로 보며, 작품에 적용되는 기본적 기준은 그것이 재현하거나 재현해야만 할 대상에 대한 재현의 '진실성'이라는 것이다. 이 비평양식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처음 나타났으며, 현대 리얼리즘 문학이론의 특징이기도 하다.
(2) 효용론적 비평(pragmatic criticism)
작품을 독자에게 어떤 효과를 주기 위해 구축된 것으로 보며, 작품의 가치를 그런 목적의 성취도에 따라 판단하려고 한다. 이러한 접근은 로마시대로부터 18세기까지의 문학 논의를 지배하였고, 최근에는 수사학적 비평이나 바르트와 같은 구조주의자들에 의해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3) 표현론적 비평(expressive criticism)
문학작품을 기본적으로 작가와의 관계 속에서 취급한다. 이것은 작가의 개인적 전망이나 마음상태가 얼마나 진지하게, 또는 순수하고, 적절하게 표현되었는가에 따라 그 작품을 판단하려고 한다. 그리고 흔히 작품 속에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드러내 놓은 작가들의 특별한 기질과 경험들에 대한 증거를 그 속에서 찾는다. 이런 관점은 주로 낭만주의자들에 의해 발전되었으며, 현재는 정신분석학적 비평가들의 저작물과, 뿔레나제네바 학파 등과 같은 의식비평가들에게서 이를 몰 수 있다.
(4) 객관론적 비평(objective criticism)
작품을 시인, 독자, 주위세계 등으로부터 자유롭게 떨어져 존재하는 어떤 것으로 파악한다. 이것은 문학작품을 자기 완결적인 대상으로, 그렇지 않으면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라고 기술하고, 따라서 작품은 복잡성, 일관성, 균형, 총체성 및 구성요소들의 상호관계 등과 같은 '내재적'기준에 의해 분석되고 판단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1920년대 이후 많은 중요한 비평가들의 접근방법이며, 신비평가, 시카고학파, 유럽 형식주의 지지자들, 그리고 많은 프랑스 구조주의자들이 이런 노선을 취하고 있다. 문학이론가 웰렉은 비평을 외재적 비평과 내재적 비평으로 구분하고, 모방론, 효용론, 표현론은 전자에, 존재론은 후자에 소속시킨다. 인간의 생활이나 우주 만상, 독자에의 영향, 작가의 정신 등은 모두 문학작품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의미있는 구조는 모두 문학작품에 내재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3. 근대 비평의 형성
(1) 고전주의 비평
고전주의가 완성된 것은 17세기 말 프랑스에서였다. 그 대표자인 보활로는 호레이스의 <시법>을 모방하여 자기도 <시법>을 저술함으로써 문학의 뚜렷한 표준을 제시하여 그 표준에 맞지 않는 문학은 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당시 라시느 등을 비롯하여 꼬르네이유, 모리에르 등은 각각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지만 고전주의의 특성을 대표하는 점에서는 같다. 이 고전주의의 경향은 이미 르네상스기에서 터를 닦고 있었고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영국에서도 17세기부터 18세기까지는 문단 전체에 큰 세력으로 풍미하였다. 포우프는 완전히 보왈로의 영향에 지배되어 있었고, 애디슨이나 존슨의 비평 역시 같았다.
고전주의 비평은 문학의 내용보다도 형식에 치중한 경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형식비평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전적 척도 표준을 가지고 작품의 우열을 정하는 뜻에서 재단비평, 평가비평이라고도 할 수 있다.
(2) 재단비평
이 재단비평은 비평에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한 것으로 객관적 비평이라고도 한다. 이들 비평의 공통점은,
첫째, 문학작품은 하나의 우연적인 사실이고 역사적, 심리적, 사회적인 인간의 소산이다.
둘째, 이 사실은 비평에 의해서 해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비평가의 판단은 객관적인 판단이어야 하며, 판단의 기준은 해석 그 속에서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기준을 내세워 그것을 비평기준으로 한다. ��
이 자연과학적 기능에 의해 비평의 기준으로 종족, 환경, 시대를 세웠다. 브른티에르는 진화론을 문학연구에 적용하며 실증적이고 객관적인 비평을 시도했다. 이상에서 본 재단비평은 작품에서 받는 인상이나 감명을 배격하고 미리 내세운 표준에 의하여 작품을 판단하며 과학적 방법에 의한 비평을 하고 있다.
(3) 인상비평
인상비평(impressionistic criticism)은 재단비평과 같이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서 받은 인상이나 감명을 적는 것, 주관적인 음미, 감상을 분석하고 종합하는 것이라고 하여 재단비평의 독단성을 배격한다.작품에서 받는 인상, 원전과 독자 사이에 이러한 직접적이고 소박한 일치와 거기에서 독자의 정신에 일어나는 변화를 나타낸 것을 기초로 해서 비평하는 것이다. 이 인상에 의한 비평을 주장한 사람으로는 페이터, 라마티느, 프랑스, 구르몽, 지이드 등이 있다.
페이터는 문예비평의 표준을 쾌락의 양과 질(다과고하:多寡高下)에 두었다. 그의 주장은 <문예부흥>의 서문에서 엿볼 수 있다. 페이터의 설을 한걸음 진전시킨 것이 와일드의 심미주의적 비평이다.
(4) 창조비평
페이터에서 와일드에 이르러 인상비평이 좀 심화하여 창조비평에로 지양되어 갔다. 와일드는 <도리언그레이의 초상>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비평가란 여러 가지 아름다운 것에서 받은 자기의 인상을 다른 수법 또는 새로운 자료에 변형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에 의하면, 최고의 비평가는 아름다움을 개개의 예술작품 안에서만 아니라, 그것을 비평하고, 예술가가 본대로 남겨두고 또는 이해하지 않고 또는 너무 이해하지 않은 형식 속에서 경이(驚異)를 가지고 충만해 주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창조비평은 비평대상이 된 작품의 이해에 공헌하는 일은 적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창조비평은 자기의 창작에 파묻힌다는 것이다. 이러한 창조비평을 주장한 사람들은 와일드를 위시해서 스핑건,파우제,티보데,발레리,보스,머리 등이며 일본에는 本間久雄, 우리나라에서는 조연현이 이 계열에 속한다고 하겠다.
(5) 귀납적 비평
귀납적 비평은 재단비평이나 인상비평에 의한 근대비평을 부정하고 비평에 있어서 귀납적인 과학연구의 방법을 적용한 것이다. 순수한 과학적 방법에 의한 작품연구를 제시하는 귀납적 비평은 순수한 객관적 방법에 의하여 작품의 연구를 하여 작품을 해석하고 문학적 법칙을 발견하려는 것이다. 귀납적 비평에서는 문학적 이상을 있는 그대로 개관하여 그것이 형성되고 또 문학적 효과를 거두게 되는 법칙과 원리를 계통 짓는다고 하며 '법칙과 원리를 계통짓는데'는 귀납적방법에 의하여야 한다고 한다.
귀납적 비평은 작품의 해석적 입장에서 비평의 출발로 삼은 것이 특징이라 하겠으나, 지나치게 문학에 있어서의 개성을 무시한 것이 그 단점이다. 이 비평의 대표자로서는 몰튼과 허드슨 등을 우선 들 수 있다.
4. 나가며.
비록 문학작품에 한정된 비평이론이지만, 이러한 비평방법론들은 기타 여러 가지 인간활동과 관련된 여러 사례들에게 적용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특히, 한 인간이나 공동체의 정치적 행위들에 있어 이상의 비평이론은 기타 사회과학적 이론들과 더불어 정치적 현실을 인식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론이라고 생각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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