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저도 선수였습니다 [3편]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면서 우리 '줄다리기제216연대대표선수'들은 비리비리한 
방위에서 구릿빛 근육의 줄다리기선수들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도시락까먹구는 잠만자던 것들이 이젠 원숭이처럼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한참을 
놉니다.간혹 우리 상대인 연병장 옆의 '아름드리....가 한번씩 들썩거리기 시작한 
때이기도 합니다. "잘하면 한큐에 뿌리채 뽑을 수도 있겄다" 서로들 흥분해 
하고 또 뿌듯해 합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중대본부'로 출근하여 밀린업무도 하고 중대본부장 및 
전투중대장에게 중간보고를 하면 고생이 많다며 우승 못하면 각오하라는 협박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갔는데 대대행정반에서 계속 전화가 오고 막 난리가 난 겁니다.
전날 지시한 행정서류를 갖고 오전에 대대방문을 해야 하는데 제가 소속된 
중대본부에서 전령을 안 보낸 것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서로들 전령을 안 가려고 하는 수작입니다.그 이유는 별거 아닙니다.

첫째 버스타고 차비 안 낸다고 차장한테 쫑코먹는게 싫고.
둘째 위병소에서 현역병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게 싫기 때문입니다.

위병소에서는 전령 온 방위를 몇 명씩 모아서 정문을 통과시키기 때문에 인원이 
모자르면 기다려야 하고 위병소넘들은 심심하던 차에 방위를 갖고 놀게 되니까 
고참방위들은 더더욱 전령가는 걸 싫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모든사정을 잘 아는 제가 마침 중대본부로 출근을 했으니 이 인간들이 
절 너무나도 반기는 것이었습니다.'줄다리기제216연대대표선수'가 되기 전까지 
전령은 제가 거의 도맡아 했기 때문에 얼마나 반가웠겠습니까??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고참은 토큰을 두 개나 쥐어주더군요. 
"그래 쉬엄쉬엄 다녀와라 응 쏭이병"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위병소가 보이는데 방위 몇넘이 오리걸음으로 꽥꽥대며 
왔다갔다하는 게 보입니다.쉬엄쉬엄 다녀오라는 하늘같은 고참님의 말씀을 
따르느라 어기적어기적 천천히 위병소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근 보름을 '연병장옆 아름드리....'와 상대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여유롭게 
위병소앞에 떡하니 섰습니다.

현역병장넘이 소리칩니다.

"넌 또 뭐야 이새퀴야~~~ 몇신데 이제 나타나??" 
"멸~공~ 제1전투중대 이병쏭청요우 1대대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멸~공~"

씩씩하게 소릴 내질르며 거수경례를 하고 부동자세로 서있었습니다.
현역병장넘이 뭐라고 소릴 지를 듯이 하다가 저를 빤히 쳐다보고는 하는 말이....

"야~~ 너 우리 연대대표줄다리기선수냐??" 하는 겁니다.
(어라?? 이새퀴가 어떻게 알고 있지??) 순간 놀랬습니다.
"옛~~ 그렇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위병소안에 있는 쫄따구를 부릅니다.
"야~~ 얼음물 갖고와 빨리~~" 제게 고생이 많다고 마시라고 하더군요.

오리걸음하던 방위들이 멈추고 절 쳐다봅니다.위병소쫄따구는 뭐야이거?? 
하는 얼굴로 또 절 쳐다봅니다.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빨리 올라가 봐라 대대에서 난리 났더라" 
"어쭈구리 오리걸음 안해 이새퀴들~~~"

꽥꽥거리는 동지들을 뒤로하고 대대가서 일 처리 다하고 다시 위병소로 왔습니다.
그리고 현역병장넘에게 물어 봤습니다. 무지하게 궁금하더라구요.

"저기 병장님 제가 줄다리기선수란 걸 어떻게 알아보셨습니까??" 
"얌마~~ 거수경례할 때 니 겨드랑이에 빨간약이 떡칠이 되있더라 
그래서 한눈에 알아봤다" (아~~ 그렇구나~~~)

앞서 설명한 [제1법칙] 에 기록된 내용처럼 겨드랑이털은 거의 다 뽑히고 
피부는 동아줄에 작살이 나있던 상태라 빨간약을 노상 바르고 있었습니다.
(앗싸~~~ 방위해제할 때까지 바르고 다녀야지~~~~.)

그러나, 사단체육대회가 끝나고 겨드랑이에 남아있던 빨간약 때문에 
위병소에서 저 혼자만 '오리걸음꽥꽥'을 하게되었음을 미리 밝힙니다.
(씨바~~ 빨리 지웠어야 하는 건데.........젠장.....)

'줄다리기제216연대대표선수'들의 '전술훈련'은 점점 더 고난이도의 
훈련으로 이어졌습니다.저는 그때 제자신이 마치 '뒤로만 가려는 폭주기관차'로 
변신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모두들 당기는거에 있어서는 거의 뭐 최고라고 
자부했으니까요.
 
'특공방위'넘들하고 한번 붙어볼까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의견일 뿐이였습니다. '당기다 안되면??' 의견 낸 놈만 쪼다 됐습니다.

'사단체육대회'를 일주일정도 남겨두고 '연병장옆 아름드리..."를 졸업했습니다. 
뭐..... 뽑아 버렸다는 뜻은 아니고 연대장이 짚차 타고가다가 우리가 힘쓰는 걸 
보더니 나무좀 그만 괴롭히라고 해서.....그만.... 우린 나무보다도 못한 존재였습니다. 
(그럼...기관차야??)

동아줄은 서너개 정도 끊어버린 걸로 기억됩니다.
오른쪽 겨드랑이털은 제대할 때까지도 민둥산 이였습니다.
난닝구만 입고 철봉하는것을 앞에서보면 볼만합니다. 

'핫빠리삼사출신중대장'이 좀 살살하라고까지 할 정도의 힘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연병장옆 아름드리....'랑 못하게 되니까 초초해 지더라구요.

'핫빠리삼사출신중대장'이 두가지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하나는 '예비군아자씨'들이 훈련 왔을 때 그들과 실전용으로 붙어보는 거였습니다. 
대충 50여명이 달라붙어 당겨도 우리가 "어영차~~" 한번이면 질질 끌려들 왔습니다.

보충훈련 받으러 오는 '예비군아자씨'들이 많아서 실전연습은 많이 했는데 
말 그대로 오합지졸이라 훈련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나머지 하나는.......

드디어 대망의 '사단체육대회' 가 거의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4편-마지막편]으로 넘어간다는 거~~~
(개콘 '지하철1호선의 외로운 벤처사업가' 버젼임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