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 100일이 지나갔다.

눈 뜨면 보이는 건 폐허가 된 빈 집들....

그리고 천래강과 시골 어르신들과 고즈넉한 풍경들...

밤이면 달과 별, 그리고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 바람의 속삭임들....

100일이 후다닥 지나갔으나 나는 스스로에게  자문하지 않았다

소박한 밥상, 그리고 행복한 마무리...

1식 3찬을 취한다 해서 소박한 것은 아니겟다만 나는 늘 내게 묻는다

소박한 밥상이란 무엇인가?

육고기 반찬을 올리지 않는다 해서 소박한 밥상일까?

채소류와 나물류만 올린다 해서 소박한 밥상인가?

내 손으로 직접 가꾸며 땀흘리며 취한 것들을 올리면 소박한 밥상일까?

봄이왔다.

시골에 와서 처음 맞이하는 계절이 겨울이었다

추위에 약한 체질을 가진 나로서는 겨울은 참 고약한 계절이었다

그 고약한 계절부터 시작하는 시골 생활 100일은 나에겐 화두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화두를 알아냈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밤이면 밤별들, 달빛들 참으로 놀랍도록 경이스럽다

별들은 초롱하고 달빛은 저 달엔 무엇이 있는가를 생각케 해주었다

귓가를 스쳐가는 차운 바람은 나의 온 몸 세포를 깨우며 삶이 무언지를,

사람이 무언지를, 사랑이 무언지를 알게 해주었다

지난한 반 백년을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느낌표가 없는 허망함....

그러나 남은 반 백년은 느낌표가 살아있을 희망으로 채우고자 함이니

나는 그런 희망을 자연에게서 보았다

- 자연으로 돌아가라!! -

일천년 전에 루소가 외쳤고 오백년 전에 도연명이 외쳤던 그 목소리가

내 마음으로 들어와 알알이 박히고 있다

잠 안 오는 밤이면 마당으로 나가 고갤 들어 하늘을 본다

거기.....무수한 별빛들이.....달빛들이.....나에게 많은 말들을 전해준다

제행무상.....나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먼 훗날에 어디에서 나는 또 무엇으로 나를 느끼려는가.

저 별들은 왜 내 눈에 보이며 달은 왜 나를 바라보고 있는가

스쳐가는 이 바람은 왜 나를 건들이고 지나가는가

나는 왜 바람을 느끼며 추위에 한 차례 몸을 떠는가

경험이다!!

나는 경험을 하라고 이 지구별에 태어났는가

그렇다면 충실한 경험을 쌓고 떠나야 하지 않는가?

그래야 윤회의 사슬을 끊겠거니....

청산에 들었으니 사랑도 미움도 다 내려놓고 이제사 홀가분히 살고 있구나

보이는 건 산천초목, 그리고 달과 별....바람 뿐이지만

이렇게 긍휼한 마음을 갖고 산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이제 알 것 같다

강물에 낚싯대 드리우는 건 즐거운 도라.....

하!!

벗이여,

동쪽 하늘 어두워지면 더 늦기 전에 강바람 물결소리 들리는 곳으로 오시게

약주 한 단지 늘 만들어 두고 피래미 튀김이나 준비해 놓겠네.

어두운 밤 구름위에 저 달이 뜨면

괜시리 날 찾아와 울리고 가네

그 누가 만들었나 저 별과 달을

고요한 밤이 되면 살며시 찾아와

님 그리워 하는 맘 알아나 주는듯이

하늘나라 저 멀리서 나를 오라 반짝이네~~~~~~~~~~)))

어제는 연꽃 한 아름 부둥켜 안고 울며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