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진형아 우리 이 짓 지겹지않니? 이제 이쯤에서 방위생활 끝내는게 어때??"   "탈영 하잖말이냐??" "탈영은 인생 조지는 거고 두당 2백만원만 인사과에 주면 이 짓 그 날로 쫑이라잖냐??"   "그 소린 나도 들었는데... 배가 고파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 상황에서 집 한 채 값인 200만원?? 너도 이제 슬슬 맛이가고있구나" "물론 지금이야 없지만 너와 내가 마음먹기에 따라 5백만원은 쉽게 구할 수가 있어" "뭐 마음먹기에 따라?? 5백만원?? 너  말 아주 쉽게 하는구나 심심한데 장난삼아 은행이라도 털자는 얘기냐??" "은행은 아무나 터냐?? 그렇게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되는 아주 쉬운 일이야" "야 그게 뭔데?? 그렇게 쉬운 걸 너만 알고있을 순 없잖아, 뻥이면 너, 나한테 죽을줄 알아 "   31년이나 흐른  1978년 12월초 송탄. 병역법상 5년이상 감옥소 혹은 시설에 있었던 자는  군 복무를 면제받으니 아동보호소에 7년이나 갇혀있었던 저는 국방의 의무와 상관없다 생각했는데... 정녕 제 친 아버지가 아닌데도 호적상에 김재순이라는 이름의 아버지가 있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소집 영장이 나와서 공군방위로 복무하게되었습니다. 걱정 많이하는 누나에겐 영내생활, 즉 부대내에서 생활 할 수 있다면서 안심하십사 말씀드리고는 몇년동안 모아놓았던 8천여장의 레코드판을 눈물 머금고 40만원에 팔아 한 사람 간신히 누울 수 있는 일명 식모방을 월 6천원에 얻어 출 퇴근하고 있던 시기, 그러한 나보다 조금 더 불쌍한 방위 동기 기덕이놈과 이리뒹굴 저리뒹굴 일어나면 쉬 배고파 질세라 대소변 볼때 외엔 절대 기상치 않으며 나눈 대화내용입니다. 송탄에 위치한 공군 5315부대에서는 송탄지역내 방위병 해당자들이 모자라자 이웃 평택과 수원등지에까지 자원을 차출해서 쓰므로 그 해 마지막 차수인 5차병에 해당된 저에겐 수원에서 출 퇴근 하던 방위 동기들이 많았습니다.  김기덕...작은 키에 깡마른 체구, 앞니가 하나 비어있슴에도 돈이 없어 끼워 넣지 못했던 젊지만 슬픈군상, 그렇다고 그의 집이 가난해서냐면... 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잘 나가던 독수리표 쉐이코 전축 수원총판을 그 당시 수원의 중심가였던 남문(팔달문)옆에 벌려놓았을 정도로 그의 집은 넉넉했었답니다. 하지만...그 도 겉에 들어난 것으로 평가해선 곤란한 것이...갖난이때 부터 계모에게 학대받고 자랐는데 방위소집을 명 받자 그렇찮아도 설움받던 인생, 방위생활때는 그 설움이 얼마나 더 심 할까 염려되어 굶어 죽어도 더 이상의 눈칫밥은 싫다며 훈련소 생활때 딱 보니 같은 꽈라고 느꼈던지 제게 사정하다시피 매달리므로 그 자그마한 자취방에서 함께 생활했던겁니다.   그 가 느꼈던대로 사실 기덕이놈과 저, 같은 꽈 였습니다. 어려서의 영양상태, 치아를 통해 다 나타납니다.그놈이나 저나 지독히 굶고 자라서인지 치아의 크기가 고르지 않았고 정렬상태도 엉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참으로 낙천적이었던 것이...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려 하지 않았고 늘 웃는 것은 물론, 즐겁고 개구진 생각이 그 놈이나 저 나 끊이지 않았습니다.   내세울 수 없는 얼굴이라도 서로 이 세상 제일가는 미남인양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그의 자존심을 건드려 보느라 앞니 빠진 거 왜 끼워 넣지 않았느냐 물으면 담배 꽂아 넣기 좋고 치약도 절약되는데 왜 끼워 넣느냐며 선배로써 권하는데 너도 하나쯤 빼 보라는등 조금도 꿀리지않는 그 가 저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합류 석달째 접어들 무렵부터는 퇴근후 바로 자리에 누워 가급적 아뭇소리 않고 빨리 잠에 들려합니다. 다른 방위병들은 주말과 휴일을 기다립니다만 저희는 지옥인 것이...평일엔 부대에서 어떻게든 짬밥을 얻어먹고 나오지만 휴일엔 방바닥에 누워 꼼짝 않습니다 위트와 유머가 넘치던 우리지만 웃다보면 에너지가 빠져나가고 쉬 배고파 지므로 뒤에 따르는 고통을 감당 못해 그렇게 됐습니다 그 행위는 우리의 생존 전략이었던 겁니다             위의 대화, 지금 생각하니 무수히 많은 고민 끝에 아무에게도 이야기않고 조심스레 제게만 꺼내 놓은 것이었습니다. 좌우간 저를 솔깃케 하더니 들을 수록 희망에 넘치게 했던 그가 꺼내놓은 정보는 대략 이렇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독수리표 쉐이코전축 수원총판에서 경리 및 판매는 물론 배달과 청소등 온갖 허드렛일까지 도맡아하던 전천후 실무자였다. 우리 아버지 점포에 놓인 금고를 터는 정도는 언젠가 여의치 않으면 찾아쓰려 샷다 키와 금고 열쇠 모두 복사해 놓아 지금이라도 시도하고자 하면 그 까짓거 일도 아니지만 끽 해야 금고속 예치분이 평균 100여만원 정도라서 우리의 목적 달성에는 모자란 액수이니 평소 눈여겨 보아왔던 일수 할머니를 털자. 목표는 일수 할머니...행색은 허름해 보여도 거래처가 많은데다 장사가 잘되는 연말에는 그동안 찍지 못해 밀려있던 일수들을 왕창왕창 끊어주던 전례로봐서 수금 끝낸 할머니의 일수 가방엔 아무리 적게 잡아도 5백만원은 넉근히 될 거다 라는 겁니다. 제게 있어 수원은 잊을 수 없는 곳입니다. 지 지난 토요일에 가 보니 시외버스 터미널이 수원역 옆에 있다가 권선구로 또 옮겨졌던데...수원역으로 옮기기 이전의 옛 시외버스 터미널이었던 팔달로 1가 43번지가 제 어머님이 장만했다가 사기를 당하셨던 건물로 제주 제일중에서 수원북중으로 전학했다가 끝내 졸업도 못하고 3학년 말에 중퇴했지만 2년간 학교를 다니던 옛집이었습니다.   저희의 옛집에서 불과 200여미터 인접한 곳이 기덕이네 점포인 독수리표 쉐이코 수원총판이 있던 남문으로 그 일대는 저도 그림이 그려지던 곳이라 그 가 이야기하는 대로 우리가 해야 할 바가 머리에 다 들어왔습니다. 그 당시 혹 자존심 상해 할까봐 "넌 어찌 그리 잘 아느냐?" 며 기덕이에게 묻지 않았지만 그는 그 할머니의 거주지 및 주변 환경은 물론 거래처의 갯수, 수금 업무 영역, 소요되는 시간, 이용하는 교통편 등을 훤히 꿰차고 있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밤 여덟시경 남문 버스정류장에 내려 자기네 점포 독수리표 쉐이코 수원총판에 들러 수금해 가는 것을 시작으로  팔달문을 한바퀴 돌고 지동시장까지 들렀다가 다시 팔달문에 도착해 버스를 타는 싯점이 열시쯤이라며 우리는 정류장에서 그 할머니가 타는 버스에 동승했다가 제가 다니다 중퇴했던 수원북중이 있는 영화동 그 할머니 집 근처에 같이 하차해서 티 내지않고 따라가다가 어스름한 골목 중간쯤에 이르러 업무를 분담하는데...   자기가 그 할머니의 등 뒤에서 소리를 지를 수 없게 마취제 첨가한 타올로 입과 코를 막고있을때 저는 그 할머니 손목에서 일수 가방을 탈취해 수원역 근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합류하여 송탄으로 되돌아오자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헛소리려니 하면서도 재미삼아 들었는데 치밀하면서도 위험요소가 덜한 범행계획과 돌발 변수만 없으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을 뿐 아니라 실패 염려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배 고파 굶어죽기 일보직전의 처지상 선택의 여지가 없으며 방위생활을 끝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저를 들뜨게 했습니다. -(논픽션) 보나세 탁구회관 스토리 2편으로 계속-